(절대 엉덩이를 떼지 않습니다)



뱃보이님이 하녀의 집에 온 것은 4년 전쯤의 일입니다. 그 해 여름을 아직 기억합니다. 투실투실한데다 기름이 좔좔 흐르는 목에 번쩍번쩍한 진주목걸이를 하고 있던 뱃보이님의 첫인상은 수금하러 다니는 동네오빠를 연상케했지요.

뱃보이가 오기 전 우리 집에는 두 마리의 동물식구들이 더 있었습니다. 아기강아지천사 콩이님 그리고 지랄맞은 성격의 지랄씨. 콩이님은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우리가 처음 두 눈을 마주쳤을 때, 작은 콩이님의 두 눈은 내 가슴에 와서 별이 되었을 정도로 예뻤습니다. 콩이님은 내가 과외하러 가던 집에서 막 태어난 아기 강아지였습니다. 갈 때마다 예쁘다며 귀여워해 주었더니 학생의 어머니께서 어느날엔가 데려가라며 꺼내주셨지요. 너무 작고 여려서 조금이라도 힘 주어 안으면 부서질 것만 같았습니다. 엄마 그리고 오빠들과 헤어지기 싫다며 발버둥치는 아이를 강제로 차에 태웠는데 집에 오는 내내 얼마나 울던지... 그 날의 커다란 눈물 방울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지랄이는 지금은 세상에 없는 백구엄마 대지의 아들입니다. 당시에 대지가 여덟 마리인가를 낳았는데 그 중에 가장 못난이였습니다. 늘 다른 아이들에게 치여 제 먹을 몫도 제대로 찾아 먹지 못했고 눈도 제일 마지막에 떴으며 걸음마도 제일 나중에 뗐습니다. 결국은 그 때문에 우리 집에 남게 됐지요. 아이들을 하나 둘 입양보낼 때 우리가 누굴 기를지 결정해야 했는데 언니가 지랄이를 지목한 것입니다. 나는 강력하게 곰돌이(가장 늠름했던 아들)를 키울것을 주장했지만 결국은 언니의 생각에 수긍하게 됐습니다. 늘 기죽어 지내던 지랄이는 마침내 혼자 남게 되었을 때  제 세상을 만난듯 설쳐대었지요. 지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도 그 때입니다. 밥 시간이 되었는데 밥을 안 주면 밥그릇을 집어차는 멋진 분이십니다. 우리는 그의 행동을 통해 그의 밥시간을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다시 뱃보이님에 관한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뱃보이님 역시 우연한 일을 계기로 우리의 집에 오게 됐습니다. 동생이 다니던 회사에서 생긴 일입니다. 동생이 막 화장실에 갔는데,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의 푸념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주머니의 푸념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우리 새애기가 이제 출산이 코 앞인데, 그 녀석을 계속 데리고 있을수도 없고 어찌하면 좋아 훌쩍..."

이제 오늘 문제에 대한 답을 말할 때가 왔습니다. 당시 '그 녀석' 을 집으로 데리고 오는 임무를 맡은 요원 둘이 있었는데, 그 둘이 바로 아버지와 재즈보이였던 것입니다. 아주머니는 그 녀석의 옷이며 사료며 밥그릇들을 그 녀석과 함께 건넸다고 합니다. 아버지요원의 증언에 의하면 그 '아주머니의 인상이 동자와 똑같았다' 고요,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옛주인을 그 녀석은 덤덤히 바라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으로 오는 동안,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슬픔을 삼켰대나 어쨌대나. 암튼 그녀석과 최초로 두 눈을 마주친 사람도 아버지였고 혼란스러워하는 뱃보이에게 최초로 먹을 것을 건넨 사람 아버지였던 것입니다.


재즈보이의 서열이 현재 왜 최하위인지와 본인이 왜 뱃보이님의 하녀로 전락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