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여 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일어나서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피로를 유발하는 물질들이 아직도 몸 안의 이곳 저곳에 쌓여 있는 듯한 이 녹녹한 느낌... 커피 한 잔을 마셔 보지만 찌뿌둥함이 가시질 않는다.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나 보드랍고 따스한 솜이불의 감촉을 느끼며 발꼬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을 때였다. 이 방 저 방으로 두다다다 달려대는 나쁜 남자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시치미 뚝 떼고 자는 척 했지만 결국 그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전속력으로 방으로 달려온 나쁜 남자가 내 얼굴에다 재채기를 해대며 더러운 콧물을 뿌려대기 시작한다(젠장...) 오늘 아침엔 속도 안 좋은지 연신 방귀를 뀌어대고(자기 방귀 소리에 자기가 놀라고) 배에 올라가 팡팡 뛰는가 하면 숨도 못 쉬게 목을 조르고 급기야는 내 얼굴에 털썩 주저 앉아 버린다. 결국 나는 숨이 막혀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 말았다. 방금 전까지 온갖 악덕을 일삼던 나쁜 남자는 하녀가 해주는 경락 마사지를 받고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하녀의 무릎 위에 누워 쌔근쌔근 꿈나라를 산보하고 있음. 아침밥은 조금 있다 드시려나 보다. 하녀는 이제부터 책이나 읽어볼까 한다. 요즘엔 책을 읽을 때도 반드시 그를 무릎 혹은 어깨에 올려놓은 채로여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예의 그 더러운 콧물을 분사한다). 얼마 전에는 자꾸 안아 달라고 조르는 그를 짊어 지고 방청소를 했는데 -_- 하고 나서 이틀을 앓아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