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
posted Life in mono 2012. 11. 6. 02:30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던 누군가에게서 몇 년만에 연락이 왔다. 이유는 무얼까? 다단계!라고 대답했다면 당신은 아직 젊은이. 요즘도 다단계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찬 후부터는 더 이상 다단계 관련 연락은 오지 않는다. 다들 정신차린 게지. 대학교 1학년 겨울 방학이었나 같은 과 학우(라 쓰고 웬수라고 읽는다)에게 속아 끌려가서는 약 1주일 간 감금된 적도 있었다. 그 때 끌려온 사람이 약 300여 명 있었는데, 약 5일간의 세뇌 후 마지막 날 네트워크 마케팅(푸헹취~) 사업을 하겠느냐는 질문(이라 쓰고 협박이라 읽는다)에 나와 어느 남자 한 명 만이 '안하겠다' 에 손을 들었다. 그와 나를 바라보던 수백 개의 눈. 눈물 없이 쓸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야반도주기는 나중에.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누군가에게서 몇 년 만에 연락이 왔다. 이유는? 나의 답은 결.혼.식. 이다. '오랜만이야... 잘 지내니?' 류의 뜬금없는 연락을 받으면 이제, '음 너도 곧 결혼하나 보구나'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내가 너무 삐뚤어졌나?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내가 너무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 전화 번호는 10년 넘게 그대로인데도. 모두 내 번호를 잊고 살다가 결혼식, 출산, 돌잔치, 장례식 때가 되면 오래된 전화 번호부를 뒤적거려 연락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