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성탄
posted Life in mono 2009. 12. 25. 00:30

By 1974, Satre had lost practically all use of his left eye ― the right had been blind since childhood ― and high blood pressure had reduced his daily walk to less than half a mile. In losing the ability to write, he said, "I have lost my reason for being."


지난 며칠 동안 두 눈을 괴롭히던 통증이,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라앉았다. 금방이라도 빠져버릴 듯한 눈을 꼭 감고 마음을 도닥이며 잠을 청했던 밤에, 생에 처음으로 '자고 일어났을 때 세상이 보이지 않게 될 수도 있다' 는 생각을 했었다. 이가 아파서 잠을 이루지 못한 밤, 머리가 아파서 잠을 이루지 못한 밤, 혹은 온몸의 뼈가 아파서 잠을 이루지 못한 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절망감이었을 것이다. 다음 날 눈곱 때문에 달라 붙은 눈꺼풀을 힘없이 들어 올렸을 때, 두 눈으로 달려든 것은 다행히 어둠이 아니라 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눈부신 빛이었다. 그 때의 감정을 뭐라 설명해야 좋을까? 걱정하는 빛이 역력한 동생은 내 눈의 위와 아래를 붙여버린 거대한 양의 눈곱에 경악하며 혀를 끌끌 찼지만 나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아, 나는 앞으로도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 지금처럼 일상을 영위해갈 수 있어. 무엇보다, 지금처럼 쭈욱 책을 읽을 수 있고, 글을 쓸 수도 있다!'  눈이 아파 낑낑대면서도 꾸역꾸역 책을 읽는 자는 바보일까 욕심이 많은 자일까 타성에 젖어버린 불쌍한 자일까. 두 눈의 시력을 잃고 마침내는 글 조차 쓸 수 없게 되었을 때, 사르트르는 "삶의 이유를 잃었다" 고 썼다. 그는 1980년에 죽었다. "더 이상 글을 쓸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게 되었다" 고 슬퍼하던 누군가는 2009년에 우리의 곁을 떠났다. 나는 앞으로 적어도 50년은 더 살 것이다. 넋이 되어 허공을 맴도는 죽어간 자들의 전언을 하나하나 가슴에 눌러 담으며 추운 하늘을 올려다 본 밤, 내 마음은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것으로 충만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