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신이치 컬렉션
posted libris 2012. 12. 20. 22:29

 

 

 

마음이 울적할 때는 책을 읽자. 소설이나 에세이보다는 자연 과학 서적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마어마하게 큰 세계 혹은 어마어마하게 작은 세계를 상상하다 보면, 우리가 복닥복닥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이나마 너그러워짐을 느낀다(같은 의미에서, 당분간 사회 과학 서적은 좀 접어두는 게 좋겠다).

 
 《후쿠오카 신이치 컬렉션》이라는 이름을 단 네 권의 책은, 어마어마하게 작은 세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재미있다. 후쿠오카 신이치가 일본에서 잘 팔리는 지식 소매상인 걸 보면 그네들의 감성에 나와 맞는 부분이 있나 보다. 바꾸어 말하면, 작가와 감성이 맞지 않는 사람이면 재밌게 읽기 힘든 책일 거란 얘기다.
 
내게 칼 세이건(Carl Sagan)의 코스모스 급 감동을 선사한 한 대목. 《모자란 남자들》에서 발췌했다.
 
타이완에서 남쪽으로 한참 떨어진 외딴 섬, 란위. 이 곳에는 해양민을 기원으로 하는 야미족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날치를 부족의 상징으로 여기며 귀하게 여겼다.

 
이 섬에 오는 도중 드넓은 바다에서 반짝이며 날아오르는 날치를 보셨죠? 날치들은 이 섬에 있는 사람들을 축복해 주고 있는 거랍니다. 당신은 날치에게서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뭔가를 느꼈을 겁니다. 그게 대체 뭐였을까요? 야미족으로 하여금 날치를 생명의 상징으로 여기게 하는 것도 아마 같은 힘일 겁니다. 어떤 힘일까요?
 
거의 모든 물고기는 물속에서 일생을 보냅니다. 물속에서 태어나고 24시간 물속에서 지내며 물속에서 죽습니다. 그리고 물고기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으며 자신을 떠받치고 있는 매체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죠. 다만 수면 위로 힘껏 날아오를 수 있는 날치만이 그 존재를 알고 있을 뿐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날치의 모습에서 특별함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Words of Yami>,by Iris Otto Feig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