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뭉이 님의 나쁜 코버릇.jpg

 

 

 

 

시답잖은 여행기를 올리기 전에 먼저 끄적여 보는, 시시콜콜한 얘기 몇 가지.

 

 

 

1. 유럽에는 길빵맨이 없을 줄 알았지.

 

싱가포르 여행 후 싱가포르 인들도 길빵을 하고 침을 좍좍 뱉고 껌을 퉤퉤 뱉고 무단 횡단을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공공 장소에서 마구 떠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유럽 여행 후에야 유럽인들도 길빵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침 좍좍 뱉는 인간은 목격하지 못했지만. 가장 심각했던 건 열차 승강장에서의 흡연. 한국에서 1년 동안 할 간접 흡연을 한달 여 만에 다 한 것 같다. 그래도 독일에서는 승강장 외에서 흡연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는데 동쪽으로 가니 이건 뭐.

 

 

2. 공공 장소에서의 행동, 매너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같다는 결론. 국적에 상관없이 될놈될. (물론, 국적 별로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같은 것은 있었다)

 

 

3.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

 

가을 여행에서도 이 정도이면, 여름에는 얼마나 더 힘들단 얘기? 뮌헨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열차 안에서 보낸 지옥에서의 한 철이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다. 웬일인지 커피에서 은은하게 썩은 양파향이 났지. 커피에서 나는 건지 내 인중에서 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그 시큼털털한 냄새. 양파를 담았던 곳에 원두를 보관한 게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고, 밀려오는 두통과 멀미로 넉 다운되어 있는데, 순간, 앞자리 남자가 기지개를 켰다. 그 때 알았다 그가 냄새의 근원이라는 걸. 되게 잘 생김이였는데 엉엉 그 후 그가 들썩일 때마다...

 

 

4. 나를 웃게 하는 사람들

 

여행 전에 어디선가 유럽남 인기 투표에서 못생긴남 1위로 독일남이 뽑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럼 다른 나라 남자들은 얼마나 잘 생겼다는 말인가? 이 독일남은, 잘생긴 데다가 상냥하기까지 해...(발그레) 겉모습은 완전 네오 나치같이 생긴 아저씨(아저씨 미안)도 완전 수줍수줍. 그건 남자 뿐 아니라 여자들도 마찬가지. 다들 잘 웃어주고, 뭐 하나라도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려고 하고. 체코 사람들은 사나운 인상이고, 실제로 무뚝뚝한 사람도 많았는데 친절한 사람은 또 엄청 친절하더라. (특히 길 찾는 우리 보고 다가와서 도와주신 아주머니!) 가장 유니크했던 건 잘츠부르크 사람들. 토마스 베른하르트가 왜 그렇게 잘츠부르크를, 조국을 싫어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나름 귀여운 면모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얘기는 나중에.

 

 

5. 워, 워 터. 워~터!

 

헬렌 켈러는, 스파클링 워터를 마시고 목이 따가워 생에 처음으로 위의 말을 내뱉었다. 뭐 목마르면 스파클링으로 목구멍이 벗겨지든 말든 그냥 벌컥벌컥 마시게 되더군. 그런데 참 이상한 게, 그렇게 스파클링 워터에 길들여지다 보니 나중엔 스틸 워터가 있어도 스파클링 워터를 마시게 됐다는 거. 습관, 혹은 익숙해진다는 건 참 이상한 일.

 

 

 

 

*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이 글은 시간 나는 대로, 생각 나는 대로 업데이트 될 수 있음.